산행기

순천 조계산 (선암사, 송광사)山遊記

金 素軒 2012. 11. 20. 22:11

 

 

-선암사 매표소 입구에서 단체사진 -

 

立冬이 지난 초겨울의 어둠이 채가시지 않은 아침 7시에  92명의 동기들이 모여 버스 3대에 나뉘어 타고 남도에 위치한 8.15광복 후 좌우 이념으로 갈려서 동족상잔 비극의 현장 순천 조계산을 향한다.

조계산은 백두대간 호남정맥에 속한 한 봉우리다.

11시경 선암사 입구에 도착하여 매표소 입구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각자 체력에 맞게 A,B,C 조로 분산되어 오늘의 여정 출발이다.

태고종 본사인 천년 고찰 선암사 경내를 둘러본다.

 

 

-선암사 입구에서-

 

고즈넉하고 고요한 절간과 아치형 승선교의 아름다움 그리고 특이한 뒷간과 수령 600년된 고목들을 살펴보고 굴목재로 향한다.

옛날에 선암사와 송광사에서 수행하던 스님들이 道伴을 찾아 오가며 交遊하였고,

근래에 종단간 갈등으로 반목의 길이기도 하다.

 

편백나무 숲을 지나니 피톤치드 향이 코끝을 스친다.

호랑이가 출몰 했다는 전설이 깃든 턱걸이 바위도 지나서 처음 만나는 고개가 굴목재다.

‘굴목’이란 ‘골짜기를 가로막은 나무’다.

굴목재를 지나니 가파른 길이라 숨이 찬다.

 

-굴목재 표지석에서 기념사진-

 

능선을 지나 내려가니 유명한 ‘보리밥 집’이다.

가마솥으로 지은 보리밥에 나물과 시래기 된장국으로 차려낸 밥상은 소박하지만 꿀맛이다.

하늘과 능선이 이어진 絶景에서 파전과 동동주를 곁들여 한잔하고 나니 속세를 멀리한 仙界에서 노니는 것 같다.

 

산상 만찬을 끝내고 하산 길에 들어서니 바람이 불며 추워진다.

초겨울 청량한 ‘천년불심길’ 홈통 계곡의 맑은 물소리와 떨어져 있는 단풍이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운치 있는 숲길을 걸으니 상쾌하다.

계곡을 끼고 대나무 숲을 지나고 나니 송광사가 나타난다.

僧寶사찰로 널리 알려진 유서 깊은 절이다.

신라 말 산이름을 松廣이라 하고 절이름은 ‘吉祥’이었다.

 

-송광사 입구에서-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이 道와 禪을 닦기 시작한 대찰로 중건되고 조계종의 중흥도량이 되면서부터 조계산이라 불렀다.

물위에 세워진 우화각 (羽化는 번데기가 송충이로 변하는 뜻이며 ‘깃털과 같이 몸이 가벼워 진다’)을 받치고 있는 돌다리는 송광사 건축의 백미 중 하나인 ‘모든 것을 비우고 허공으로 건너 오르는 다리’ 凌虛橋이다.

 

시간이 모자라 법정스님이 오랫동안 거처하고 묻히신 불일암을 들리지 못하고 모교 54학번 국문과 선배님이신 송광사 회주 법흥스님(59년 출가, 송광사 주지 역임, 2009년 高大에 평생모으신 불교서적을 기증)을 친견하고 차 한 잔 나누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속세의 온갖 욕심과 번뇌를 내려놓고 고즈넉한 능선과 산사를 둘러보며 자연을 만끽한 하루였다.

산사에 어둠이 찾아오면서 서울로 향한다.

버스에서 음주가무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지고 밤 11시경 양재역에

도착하여 오늘의 운치 있는 여정을 마무리 한다.

 

홍진으로 찌든 사바 세상에

이런대로 저런대로 바람 불면 부는 대로

물결치면 치는 대로 한 조각 구름 같은 삶

빈부귀천을 떠나 잠깐 다니러 온 세상

흐르는 세월 붙잡지 말고 인연 닿는 대로

無碍 雲水衲子처럼 여생을 살다 가고 싶어진다.

 

 

臨風立冬樹 (초겨울 찬바람 을씨년스런 나무)

對酒長年人 (술잔 마주하고 않은 쓸쓸한 노인)

醉貌如霜葉 (취한 모습 서리 맞은 나뭇잎 같아)

雖紅不是春 (불그레하지만 청춘은 아니라네) -白居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