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7월의 숨은벽 산행기 (16.JUL.11)

金 素軒 2011. 7. 18. 22:15

 



장마가 3주째 계속되니 날씨도 우중충하고 몸 컨디션도 찌부둥하고 별로다.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오락가락한다.
무릎상태가 좋지 않아 비도 오고하여 산행 동참을 머뭇거리는 사이
8시 반경 조경래의 핸펀, ‘산에 안가나?’ ‘가야지’ 응답을 하고
우중등산 장비를 챙긴다.

9시 반 조금지나 서부시외버스터미날에 도착하니 성임회장, 유돈 총무, 문탁,
경래가 기다린다.
합류하여 34번 버스에 승차하여 효자2동 버스 정류장에서 하차한다.
미리 도착하여 기다리는 산우들과 담소를 나누는 사이 잠시후
강봉 고문, 국주 도사가 나타나서 출발이다.

무당이 굿판을 벌이는 국사당 입구 밤골 공원 지킴터에서 준비체조를 한다.
소나무와 잡목으로 우거진 완만한 흙길능선을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걷는다.
능선 중간 정도에서부터 빗방울도 쌔지고 길도 다소 가파르다.
잠시 쉬어 노고산쪽을 바라보며 전망을 즐긴다.

 

 

 


연초록색 나뭇잎들 사이로 오솔길을 지나 가파른 능선을 오르니
‘위험구간’이라는 표지판에서 왼쪽으로 우회한다.
위험구간은 해골 바위를 지나 전망바위에 이르는 릿지코스다.
바위에 박혀진 난간 버팀목을 붙잡고 오르니 전망바위에 이른다.

인수봉에서 북쪽으로 댕기를 따아 내린 듯 뻗어 내린 암릉과 원효능선 사이로
뻗어 내린 능선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숨어있기 때문에
1970년 봄 모교 백경호선배가 활동하던 산악회에서 7개의 코스를
개척하고 명명한 숨은벽 능선이다.
백운대와 인수봉사이에 자리잡아 앞쪽에서는 잘 보이지 않고,
숨어 있는 듯한 숨은벽 능선 산행은 북한산을
숨겨진 뒷문으로 들어가 앞문으로 나오는 기분이 든다.

전망바위에서 점심상을 차리려 하니 폭우가 쏟아진다.
가져온 돗자리로 텐트를 쳤으나 무용지물이 되어버리고,
거센 비바람를 맞으며
김밥과 막걸리 한잔을 나눈다.
떨어지는 빗방울때문에  요기를 하는둥 마는둥 하니
‘빗물의 점심상’이 되어 버렸다.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사위가 운무와 안개로 뒤덮힌 인수봉과 백운대의 뒷모습
그리고 능선과  저멀리 산아래 마실들을 보니 몽환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神仙이 구름에 실려 흘러가듯 자욱한 운무위에 떠다니는 기분이다.
하산길에 접어드니 폭우에 물이 불어나서 계곡 물이 흐르는 소리가 요란하다.
우중산행이라서 등산화도 물이 차고 하여 불편하지만 여름의 계곡산행에서만
느끼고, 듣고, 즐길 수 있는
자연이 주는 라이브 사운드 오케스트라, '쏟아지는 계곡 폭포 우렁찬 물소리'가
귓전을 때리는 데도
별로 시끄럽지도 않고 베토벤의 '운명고향곡'처럼 들린다. 
잠시 멈추어 흐르는 계곡물에 등산화도 벗고 반신욕으로 자연과
일심동체가 되니 '禪의 경지’가 부럽지 않다.

하산하여 40여년 전통이 있는 만포면옥에서 빈대떡과 수육을 안주로
막걸리와 소주를 마시고, 냉면으로 후식를 하고
추억이 남는 우중산행후의 뒤풀이를 마무리 한다.

 

 


아쉬운 일부 산우들은 연신내 스카이라운지 빌딩에서
북한산 쪽두리봉을 바라보며 시원한 호프잔을 부딪치면서,
정다운 담소를 나누고, 입구 노래방에서 음주가무 여흥을 즐긴 후
오늘의 여정 피날레를 亥時의 초입경에 마치고 헤어진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懶翁禪師의 詩

해가 바낄수록 무릎관절도 시원찮아 산행길은 점점 더 힘들어 지고
몸은 늙어 가는데,
마음만은 아직도 청춘인 것 같고,
언젠가는 거동도 불편하여 산행도 아련한 추억으로만
간직할 나이가 10-20년사이에 오겠지만
그날까지 열심히 산에 올라 대자연이 주는 오묘함과
심오한 멋에  잠시나마 빠져들고 싶다.
耳順을 바라보는 나이에 접어  들었서도
술에 취하면 수다스러워지고,,
속진의 티끌도 많고,
五慾七情의 迷妄에 깨어나지 못하고,
헤매는 匹夫가 언제 沈潛의 道를  깨닫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