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스크랩] 석락희 회원과 박원순 변호사의 백두대간 종주신문기사 (경향신문)

金 素軒 2011. 9. 14. 20:11

[1부. 그들은 왜 백두대간을 걸을까?]

백두대간! 백두산부터 지리산까지 약 1,700km에 이르는 마루금으로서 지역의 경계선을 이루는 우리 민족 고유의 체계이다. 굽이굽이 능선을 따라 연속된 이 길은 많은 산악인들의 꿈이자 도전으로 자리 잡혀있다. 지금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나이도 전혀 다른 5명이 뜻을 모아 이 길을 연속해서 걷고 있다. 그들은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석락희 대장, 박우형 부대장, 대학생인 김홍석 씨와 홍명근 씨 이렇게 5명이다. 희망을 걷는 다섯 손가락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석락희 대장을 제외하고 사실상 등산에 완전 초보들이다. 그런 그들이 왜 길고 긴 백두대간의 길을 힘들게 걷고 있을까? 60여일이라는 오랜 시간을 투자하며 우리 땅의 허리 위에 서 있을까? 7월 19일부터 시작해 어느덧 절반을 넘긴 그들의 여정을 3부에 걸쳐서 소개해 보고자 한다.

옥돌봉에서 희망을 걷는 다섯 손가락 단체사진


홍명근) 매일 산행에 힘드실 텐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석락희 대장님은 대장님이라 부르면 되고 박우형 부대장님도 부대장님이라고 부르고 홍석 씨는 그대로 부르면 되는데 (박원순)호칭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변호사님? 상임이사님?
박원순: "글쎄요. 뭐 아무거나 괜찮습니다만 이왕이면 원순 씨가 좋겠네요. 종주단은 저와, 석락희 대장, 박우형 부대장, 대학생인 김홍석 씨와 홍명근 씨 총 5명으로 이루어져있고 지원팀에 신충섭 팀장이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원순 씨. 그건 그렇고 다들 수염이 많이 자라셨네요. 수염을 기르시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신가요?

희망을 걷는 다섯 손가락 단장. 박원순 씨

 


박원순: "뭐, 다의적인 이유가 있죠. 우선 첫 번째로는 산에서 면도하기 불편한 점이 크겠죠. 제대로 씻지도 못하는걸요. 두 번째로는 백두대간을 완주하겠다는 제 의지의 대한 결심의 표현이라고도 볼 수 있고요. 세 번째로는 변화에 대한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지요."

다른 분들도 다들 수염이 많이 자라셨습니다. 산악인 느낌이 다들 나네요. 벌써 한 달이 넘었는데, 백두대간 종주는 힘들지 않나요? 김홍석 씨는 어떠신가요?

덕유산 정상 향적봉 가는 길의 김홍석 씨



김홍석: "사실 무척이나 힘들 때가 많았습니다.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었을 있었습니다. 속리산 구간에서는 체하고 설사까지 겹쳤을 때 특히 힘들었습니다."
석락희: "그래도 홍석 군이야 무척 잘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 조금 더 노력하고, 짐도 많이 들고자 하는 모습이 대견하기는 하지만 조금 걱정도 됩니다."

대장님이야 워낙 산을 잘 타고, 그렇다면 가장 나이가 많은 원순 씨는 어떤가요? 하실 만한가요?

백두대간 종주로 엉망이 된 박원순 씨의 발



박원순: "(발을 보여주며) 보시다시피 제 발은 평발입니다, 물집도 무척 많이 잡히고 발톱도 엉망이 돼 걸을 때마다 지옥 같네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하지말걸 하는 후회도 듭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시작할 때는 너무 따지면 결코 하지 못합니다. 우선 저지르고 봐야죠. 우리 석락희 대장님도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선 백두대간에 발을 넣으면 그 때 부터는 가야 한다고요."

석락희: "그래서 제가 처음에는 잔소리를 조금 많이 하기도 했습니다. 다들 등산 초보에 산은 위험한 곳이기 때문이죠. 지금은 다들 많이 좋아졌습니다."

원순 씨 발을 보니 백두대간 걷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힘들고 고된 백두대간 종주는 왜 하게 되었나요?

덕유산 원추리 군락지에서


박원순: "저는 무척 감성적입니다. 느낌이 꽂히면 확 결행합니다. 그리고 대체로 그 느낌이 잘 맞습니다. 물론 그 느낌이라는 것이 계속 관심을 가지고 신경을 써서 오는 느낌입니다. 예전에 아름다운 가게를 할 때도 주변에 여러 사람들이 누가 남이 쓰던 물건을 쓰겠냐며 반대가 심했습니다. 하지면 저는 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 느낌 그대로 실행해 지금의 아름다운 가게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한번하게 된다면 정말 죽을힘을 다해야겠지요. 백두대간도 그렇게 오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백두대간에 관련된 책을 본적이 있습니다. 비록 책의 내용은 잘 보지 못했지만, 사진만으로도 무척 가고 싶다는 생각을 쭉 해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허락해 주지 않다가 이렇게 느낌이 오는 데로 모든 것을 다 놔두고 백두대간에 발을 딛었습니다, 저질러 버린 거죠. 이제는 죽을힘을 다해 걷는 일 뿐입니다."

짐이 무척 큽니다, 무게가 얼마나 되나요?
박우형: "각기 다릅니다만, 20kg이 조금 안됩니다."
박원순: "제 짐은 가볍습니다. 제 실력으로는 제 짐만 겨우 들고 갈 정도라서요. 대장님이나 김홍석 씨 가방에 비하면 가볍습니다."

가방 5개에 모두 희망수레 깃발이 껴있습니다. 희망수레란 무엇인가요?
박원순: "저 보다는 대장님이 더 잘 설명하실 것 같습니다."

태백산 가는 길에 서 있는 석락희 대장



석락희: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대기업 중심으로 경제 구조가 왜곡되어 있습니다. 지나치게 대기업에 집중된 경제구조는 일자리 창출의 어려움이나, 대기업에 문제가 생길 경우 그 영향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등 여러 부작용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아무리 좋은 제품을 가지고 있어도 판로가 없어서 물건을 팔지 못하는 점이 가장 어렵다고 합니다. 희망수레는 중소기업들의 판로를 열어주고자 중소기업들의 물건을 온라인으로 소개하고 나아가 매장을 열어 중소기업을 돕고자하는 것입니다."
김홍석: "이미 온라인으로 판매는 운영되고 있더라고요."
박원순: "그렇습니다. 이번 백두대간 종주가 끝나면 여러 가지를 해볼 생각입니다. 희망수레도 마찬가지고 생협이나 대안적 은행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시민경제, 시민자본의 길이 활짝 열렸으면 합니다."

그렇다면 시민경제나 시민자본이란 무엇인가요?
석락희: "신자유주의적이고 재벌중심적의 탐욕적 굴레를 벗어나 공공의 이익과 사회적 기업, 인간적 자본주의라고 볼 수 있죠."
박우형: "중소기업은 한쪽은 이걸 잘하고 다른 쪽은 다른 걸 잘하는 게 많습니다. 그들이 뭉쳐서 협력한다면 서로 윈-윈이 될 것 같습니다."
박원순: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는 조그만 구멍가게를 하려고 해도 몇 억이 들뿐만 아니라 경쟁 또한 치열합니다. 그렇게 창업하더라도 실패할 경우 사실상 파산해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해서는 우리나라의 경제의 희망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중소기업이 서로 모여 협동조합을 이루고, 중소기업의 판로를 열어주는 일은 무척 중요합니다. 아까 마구령에서 지나가던 어떤 분이 서울우유를 주었습니다. 서울우유 같은 경우 조합으로 운영되는 좋은 예로 볼 수 있죠."

대화 주제가 무거워 졌습니다. 조금 가벼운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텐트 안에 원순 씨가 지금 없는데, 가까이서 본 원순 씨는 어떤 분인 것 같나요?

태백산에서 박원순 씨와 김홍석 씨


김홍석: "저는 처음 봤을 때와 달라 깜짝 놀랐습니다.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분입니다. 항상 호기심에 차 있으셔서 보통 사람이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도 항상 이건 뭐에요? 라고 물어보기며 밝은 모습으로 웃는 모습이 유독 어린아이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감성적인 분이십니다. 속리산에서 비가 오고 있는데 유독 슬픈 얼굴로 산이 우는 것 같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인간이 하도 자연을 파괴해서 그런 거 같다며, 슬픈 얼굴을 하고 계시는데 무척 감수성이 풍부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금 강원도에 들어섰는데, 앞으로의 일정이 어떻게 되나요?


종주단의 중지 박우형 씨



박우형: "지리산부터 해서 어느덧 강원도에 들어왔습니다, 현재 계획은 설악산까지입니다, 일정 그대로 간다면 9월10일에 남한 백두대간 종주가 완료될 것 같습니다."

백두대간 어느 길에서



그때까지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산행이 완료되었으면 합니다. 그럼 강원도 중간지점인 오대산 넘어 다시 인터뷰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세한 등산 이야기는 http://blog.makehope.org/baekdu)

출처 : 고려대학교 통일산악회
글쓴이 : 김안호(정외72)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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