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자본주의

90년대초 중동 방문기

金 素軒 2009. 9. 29. 18:37

1990년 6월 C상장회사에 무역부장으로 근무하면서 비즈니스 영업을 하러 한 달 정도 중동 4개국 출장을 다녔다.

-두바이(Dubai)

중동의 금융*무역 중심지로 공항에 도착하니 팩스로 연락한 R호텔에서 현지 공항에서 발급하는 스폰서 비자를 가져오고 픽업한다.

호텔에 체크인 하니 바다가 보이는 전망이 탁 트인 방이다.

더운 사막지방이라 거리는 찜통이고, 견본으로 가득 찬 무거운 가방을 들고, 거래처를 방문하니 비 오듯 땀이 흐른다.

한국, 중국에서 수입한 원단을 아프리카와 이란, 동구라파 등지에 재판매하는 중계 무역 중심지 이면서 중동의 밀수 본거지다.

자유무역항인 두바이에서 장사하는 대부분 인도 상인들과 일부 아랍 상인들은 섬유 원단을 수입하여 제 3국에 밀수로 파는 장사꾼들이다.

위험이 있는 곳에 이익이 있듯이, 비싼 관세를 내는 것 보다 밀수 루트를 통하여 판매하니 업자간 서로가 이익이다.

살인적인 사막의 무더위와 싸우면서, 하나의 오더라도 더 받기위해, 바이어와 고된 상담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한국식당에서 시원한 에어컨바람에 한 잔의 술로 하루의 시름을 달랜다.

21세기 두바이 모습은 석유를 밑천으로 코스모폴리탄 도시를 위해 사막에 2008년 완성되는 63빌딩의 세배인 700M 높이의 ‘버즈 두바이’를 건설 중이며 세계 최고급 일명 세븐 스타 호텔로 통하는 ‘버즈 알 아랍’은 두바이의 명물이다.

요트형상을 한 이 초특급 호텔의 하룻밤 방값은 최저 150만원이다.

구걸이 불법이라서 거지가 없는 나라이고, 아랍 권 에서는 드물게 호텔에서 술을 마음대로 마실 수 있으며, 요사이는 러시아와 동구라파 출신 ‘인터걸’들이 돈 많은 아랍인을 꼬시기 위해 나이트클럽에 상주하고 있다.

-쿠웨이트(Kuwait)

90년 8월 지금은 사라진 사담 후세인 정권이 쿠웨이트를 침략하기 두 달 전 쿠웨이트를 방문하여 거래처로부터 U$300,000 정도 오더를 받았다.

바이어로부터 초대받아 양고기 와 아랍음식을 먹기도 하였지만, 상담 후 호텔에 돌아오면 아무런 낙(樂)이 없다. 술도 없으니 BAR나 유흥시설도 없는 삭막한 사막의 나라에 석유는 넘쳐나서 왕족들은 세계 최고 부자들이다.

귀국 후 신용장을 받아 제품 생산도중 이락이 쿠웨이트를 침략하여 점령하였다.

전쟁으로 수출이 중단되고 생산된 제품은 재고 처리하니 반값이다.

사담 후세인 때문에 돈 들여 출장 가서 오더 받아 취소되고, 생산하여 손해 보니 회사에 미안하고 애처롭지만 불가항력이라 생각하고 전쟁 바로 직전에 방문하여 쿠웨이트를 무사히 빠져 나왔으니 목숨은 건졌다고 위안해 본다.

-요르단(Jordan)

쿠웨이트에서 사우디 비자를 발급 받으려고 대사관에 들렸으나 하지(이슬람 종교행사) 때문에 비자 발급이 어렵다고 해서 요르단으로 발길을 돌렸다.

암만공항에 도착하니 출입국 직원이 규정이 바뀌어 사전 입국 비자가 있어야 입국이 된단다.

공항에서 대기하다가 다음 행선지인 키프러스로 바로 출국하란다.

거래처에 연락하였더니 연줄을 동원하여 입국시키겠으니 공항에서 잠시 기다리란다.

세시간정도 기다리니 출입국 직원이 와서 입국이 허락되었다고 한다.

빽만 있으면 출입국 규정도 바꿀 수 있는 절대 왕정 국가였다.

거래처에 고맙다고 인사하고, 오더도 받으니 신이 나서 한국 방문하면 한턱내겠다고 하니 나중에 서울에서 룸살롱 접대를 원한다.

한국의 접대 향응 문화중의 하나인 룸살롱이 요르단에 까지 널리 알려져 있으니 새삼 놀랍다.

10년 전에 국제상사 다닐 때 거래했던 군복 수입상인 B도 만나 술 한 잔 하면서 그동안 안부도 묻고 하니, 과거에 요르단과 이락 군 당국에 군복 납품하여 돈을 벌어 지금은 암맘에서 맥도날드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영국 런던에서 대학을 나온 인텔리지만 사업수완도 있다.

군부와 친할 때 군납 오더를 하여 돈을 벌고 로비파워가 없어지니 재빠르게 변신하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키프러스(Cyprus)

지중해의 섬나라로 그리스와 터키간의 영토 분쟁 때문에 UN 평화유지군이 주둔하고 있다.

1960년 키프러스 공화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1974년 터키군의 북키프러스 침공으로 주민들이 그리스계와 터키계로 나뉘어져 각자의 구역에서 정착하여 살고 있다.

니코시아 해변에 위치한 지중해가 바라보이는 호텔에 여장을 풀고, 마침 일요일이라 바다가 보이는 수영장에 들렸다.

유럽에서 온 여자 관광객들이 비키니 팬티만 입고 노 브래지어 차림으로 반나체 상태에서 일광욕을 하려고 의자에 누워있다.

벗은 젖가슴을 내놓고, 수영하고, 가슴을 흔들면서 걸어 다니는데, 조그만 동양인이 쳐다보는데도 아무 관심도 없고,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휴일 날 서유럽 여자들 덜렁거리는 맨 젖가슴만 실컷 구경하였다.

다음날 바이어를 만나서 이야기 하니, 햇볕이 부족한 서유럽 각지에서 지중해 해변의 따스한 햇볕에 선탠을 하기위해 놀러온 바캉스 족이란다.

며칠 전 쿠웨이트에서 검은 차도르로 몸 전체를 덮어쓰고, 눈만 내밀고 걸어 다니는 아랍여인들과 비키니 팬티만 입은 채 커다란 유방을 드러내고 수영장을 활보하는 반라(半裸)의 서구여인들이 오버랩 되면서 같은 하늘아래 종교와 관습의 이 엄청난 차이는 문화적 충격이었고, 태어난 나라에 따라 여성의 운명이 이처럼 천양지차이니, 아 얄궂은 운명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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