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자본주의

파리 & 방콕

金 素軒 2009. 9. 29. 18:35

한달을 공산주의 국가인 루마니아에서 지내고 낭만의 도시 파리에 도착하니 자유 분망한 도시 분위기가 괜스레 어색하게 느껴지더니 이내 그 멋에 빠져든다.

그동안 남편소식을 모르던 서울에 있는 아내한테 파리에서 전화하니, 목소리를 듣고 살아있어서 반갑단다.

서울을 떠날 때 공산국가 루마니아를 간다고 이야기 하였지만, 부크레스트에서 전화를 할 수도 없으니 남편소식에 애 태웠단다.

오래간만에 맞이하는 밤의 자유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상젤리제 거리를 거닐면서 마음대로 나다닐 수 있는 자유, 와인과 맛있는 음식, 나이트클럽에서 무희들의 호화로운 캉캉쇼와 심야 포르노 극장이 새벽까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고 또한 그만한 댓가를 치르지만, 통제된 공산국가 사회에서의 획일화, 규격화에는 인간 개개인의 천부적인 자유를 갈구하는 심성과는 상충된다고 생각한다.

파리잔느들의 아침은 조용하고, 어둠이 깃들 때 서서히 모여들어 샹젤리제 거리는 인파로 넘쳐나고 북적거리면서 밤을 즐기는 세상, 같은 하늘아래 유럽에 있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도시는 그렇게 극과 극이다.

한달 여 만에 밤의 여흥을 즐기고, 다음날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하기 위해 산책 겸 세느 강변을 따라 걷고 있는데 태워 주겠다는 차가 나타난다.

몇 번 호의를 거절하였으나 여러 번 요청하기에 타고 보니, 휘발유 값이 떨어져서 백화점에 납품하던 이태리제 세무잠바 가지고 있는데 헐값에 사달라고 애걸한다.

콩코드 광장에 도착하면서 500프랑을 주고 샀다.

나중에 보니 바느질도 엉망이고 조잡하다.

파리에 있는 직원에게 이야기하니 공짜로 차를 태워준다거나, 보석이나 가죽잠바를 싸게 판다는 것은 거의 다 사기꾼(Hooker)들이고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니 돌아다닐 때 주의하란다.

동양인에 대한 프렌치 신사의 호의라고 생각한 내가 순진한 멍청이다.

콩코드 광장을 걷고 있는데 집시(Gypsy)족 어린애들이 코인을 달라고 여러 명이서 모여든다.

불쌍한 어린 거지들인 것 같아 동전을 몇 개 주고 더 이상 없다고 손짓하는 사이 청바지 주머니에 든 여행경비로 지참한 현금 U$1,000이 순식간에 없어지면서 어린애들이 사라진다. 도망가는 어린 소매치기를 붙잡으러 따라 뛰어 갔지만 순식간에 골목으로 흩어진다.

파리경찰에 이야기 했더니 아이들은 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달러 냄새를 맡는 집시 소매치기들이니 조심하란다.

낭만의 도시 파리에 넘치는 자유와, 사기꾼과 어린 소매치기들이 오버랩 되면서 사회구조악인 범죄를 동반하는 포만한 자유가 생각난다.

관광도 할 겸 태국을 경유하여 귀국하기로 하여 방콕에 들렷다.

교포가 운영하는 M호텔에 체크인 하고 한국식당에서 한달 여 만에 김치찌개를 시켜서 먹으니 착잡한 상념이 떠오른다.

그동안 루마니아에서 거의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우리 음식을 구경도 못하고 지냈으니, 지난일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며, 김치찌개가 너무 반가워서 기쁨이 넘쳐 눈물로 변한다.

방콕 수상(水上)시장에도 가보고 밤에는 포르노 바와 유명한 방콕 마사지 팔러(Parlor)에 들렸다.

술잔을 든 손님들 앞 테이블에서 남녀가 발가벗고 뒤엉켜 즉석 포르노 섹스를 하는 바. 수십 명의 늘씬하고 어여쁜 아가씨가 비키니에 가슴에 번호판만 붙이고 요염한 모습으로 유리창 안에 않아 있으면서 남자손님들의 픽업만 기다리는 마사지 팔러, 픽업한 아가씨와 욕탕이 딸린 방에 들어가 비누거품과 마사지.

어차피 인간은 성적 동물이지만 적나라하게 벌어지는 퇴폐적인 라이브 포르노 쇼와 방콕마사지 팔러에 다양한 외국인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시골에서 방콕으로 와 나이트클럽, 마사지 홀에서 일해서 돈을 벌어 생활하고 나머지는 시골에 있는 가난한 부모한테 송금한다는 스무 살 된 호스티스의 넋두리를 들으며,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가 제공하는 넘쳐나는 자유와, 소매치기도 매춘도 없는 평등으로 위장한 통제되고 억압된 공산주의 체제에 서로의 모순과 장단점이 있지만, 일부 물질적인 가난을 제외하면, 이러한 퇴폐적인 타락과 부도덕함이 방종을 동반하는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 본성에 더 가깝고 어울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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