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후생가외

金 素軒 2008. 7. 21. 20:07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문명으로 사회가 발전되면서 느끼는 것은 예전의 순수함,

소박함이 멀어지고 인심이 야박해지면서 특히 자라나는 젊은세대가 영악해지고,

영특하여 지는 것을 느낀다.

21세기들어 급속도로 변하는 컴퓨터 세상이 젊은세대에게 여유와 인내심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는 이기주의와 개인주의에 빠지게 하는것 같다.

우리가 어릴적 자연을 벗삼아 강과 산에서 놀고 바둑과 장기를 배우며 인격을 함양하였으나,

요즘 세대는 주어진 가상공간에서 컴퓨터 게임에만 열중하니

인성이 걱정된다.

 

예로부터 자식자랑은 팔불출이라고 하는데 자식자랑이 아니고 두려운 상대(後生可畏)

인것 같아 느낀 소회를 몇자 적어본다.

돈 잘버는 재주도 없고, 자식한테 내세울 것이 없는  못난  애비로서 어려운 환경에서

구김살 없이 반듯하게 커온 아해들이 고맙지만 너무 이기적인 사고를 가진 것같아 걱정이다.

 

아들만 둘인데 맏이는 올 6월말  ROTC를 제대하고  현대백화점 재무팀에 입사하여

압구정동 본사에 근무한다.

'이태백'시대에 대기업에 취직하여 다니니 한편으로 대견하지만 형편이 어려워 해외 어학연수나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한번도 보내지 못한 것이 가슴 한구석 아려온다.

입사동기가 거의다 해외연수를 다녀오거나 MBA출신 이란다.

 

두 아해한테 IMF 이후 사업에 실패하고 나서 형편이 어려워 학비나 용돈도 제대로 대주지 못한것이 무능한 애비로 회한이 가득하다.

막내가 5년전 D외고 다닐때  가정형편상 등록금 부담이 적은 공립高에 전학을 시킬려고

하니 아해가 직접 담임선생한테 학비면제를 요청하여 2,3학년을 학비면제 받고 공부하여

2004년 모교 정경대에 입학하였다.

과외한번 받지 못하고, 외고다니는 부유층 급우들에 둘러싸여 사춘기때 심적고통이

나름대로 컷겠지만 위축되지 않고 공부하여 정경대 父子교우가 되었다.

입학금도 어렵게 마련하여 내면서 교우회 가족장학금 신청하니 50%감면하여 돌려준다.

모교 교우회에 새삼 끈끈한 정과  고마움을 느낀다.

그러나 아해는 마음 한구석에 출세하고 돈 잘버는 高大선배가 아닌, 사업에 실패한 무능력한 高大출신 애비에 대한 원망이 있었나 보다.

용돈은 알바하면서 벌어서 1학년을 다니면서 수능을 다시보고는 서울교대에 응시하여

합격하고는 高大를 자퇴하고, 학비가 거의들지않는 서울교대에 다닌다.

 

인생에 큰 꿈을 가지기에는 모교가 좋다고 말려도 보았지만 아해 曰

'高大를 다니며 고시공부를 하고싶지만 가정형편 때문에 알바하고 양립은 어렵고,

졸업후 대기업에 취직해봤자, '삼팔선' '사오정'에 거의 짤리는 것 보다는 평생 정년이

보장되는 소학교 선생의 길로 들어서 여친도 교대생을 만나 부부선생으로 편안하게 살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스트레스 별로 안받고 師道의 길을 가고싶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고,

격세지감을 느꼈다.

35년전 내가 高大 입학시험 칠때 선친은 서울사대나 교대가라고 했으나 틀에 박힌생활과

샌님질이 싫어 모교를 선택하고 졸업후 종합상사에 다니며 007가방을 들고 전세계를 돌아

다니며 무역입국에 이바지 하였으나 80년대 취급했던 섬유제품의 몰락과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또한 장삿꾼 체질이 아닌것을 알고는 약육강식 자본주의 시스템에

밀려난 낙오자가 되어 프티 부르주아(小市民)로 생활하는 무능한 애비가 서울교대로

전학하는데 반면교사가 된거같아 씁스레하다.

 

막내가 요사이 강남 펜트하우스 사는 부유층 집에 과외 알바를 다니면서 느끼는

위화감이 빈부로 나뉘어진 세상을 일찍 눈뜨게 하고 생존경쟁에 무능한 가난한

애비탓으로 인해 느낄만도 한  세상에 대한 적개심보다는

빌 게이츠 말처럼 '세상은 불공평하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돈 버는 재주가 없어 장가 갈때 방 한칸 마련해 주지 못한다고 하니

두 아해가  버는 것을 적금들면서 조그만 임대아파트 마련해서 장가 가겠다고 하나,

정책부재로 전국민중 가진자  5%만이 엄청난 혜택을 본 천정부지로 오른 부동산 값때문에

노정권이 꼴 밉기도 하고 무산자 애비로서 자식에 대한 미안함이 있지만  

어느 재벌 2세의 3,500억 상속세를 납부했다는 신문기사는

불평등하고, 부조리한 세상에 대해 마음 한구석이 초라해 지고,

모순으로 가득찬 현실과 나의 무능에 대해 때로는 울화통이 치미기도 한다.

 

냉혹하고 치열한 경쟁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못난 애비대신 아해들이 애비보다

영리하게 현실사회에 적응해 가는 것을 볼때 한편으로 안스럽고 안타갑지만,

인간이 지켜야할 근본도리와 품성을 유지하며, 잘 살기 보다는 가난하더래도  

비굴하지 않고 품위를 가지며   멋있게 인간답게 살기 바랄뿐이다.

 

풍진으로 얼룩진 사바세상에

떠나고 머무는데 미련을 두지않고 빈천을 걱정하지 않으며

부귀하고자 서두르지 않은 陶淵明의 '歸去來辭'처럼

부와 귀는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고(富貴非吾願)

안빈낙도하며 남은 여생을 주어진 운명대로 살고 싶다.

 

花無十一紅이요 生住離滅인 俗界에

모든 행이 무상하여 일체가 空하니 (諸行無常 一切空)

허깨비 같은 빈몸이 곧 법신이로다 (幼化空身 卽法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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