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지리산이 나를 깨웠다" 구영회 동기 신간 소개

金 素軒 2014. 11. 23. 22:31

"지리산이 나를 깨웠다" 

-마음공부가 필요한 당신에게 보내는 위로의 메시지-

저자 구영회(정외) 동기는 배재고 출신으로 정외과 졸업후 1978년부터 2010년까지 33년에 걸쳐, MBC에서 정치부장, 보도국장, 해설주간에 이어 경영본부장, 삼척MBC 사장, MBC미술센터 사장 등을 지냈으며  2008년 모교 언론인교우회가 수여하는 ‘장한 고대 언론인상’을 수상했다.

 

 

 

지리산(智異山). 이 산에 머물면 어리석은 사람도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는 뜻을 지녔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지리산에 오르고 나면 스스로 성찰하고 명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지리산은 단순한 산보다는 이름의 뜻처럼 지혜를 주는 산, 사색을 할 수 있도록 산으로 통한다. 그래서 지리산은 인생의 1모작을 마무리한 은퇴한  중장년층에게는 사색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다.

 

 

 

​구영회(정외) 동기 역시 30대 후반부터 20년이 넘도록 끊임없이 지리산을 찾아다녔다. MBC 은퇴 이후에는 현재까지 주로 지리산에서 머물며 지내고 있다. 그는 지리산에서 가장으로, 리더로, 인생의 선배로 쉴 새 없이 달려온 레이스에서 잠시 멈춰, 그 다음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지리산이 나를 깨웠다』(11월 21일 출간)는 그 이야기를 담은 그의 명상일기다. 그는 지리산을 오가며 만난 자연, 사물, 사람들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으로 담담하고 세심하게 풀어냈다.

 

당신과 내가 비롯된 그 근원은 어디일까. 당신과 나의 근원은 분명히 같을 것이다. 다만, 우리의 유한한 생각들이 우리의 에고(Ego)들이 또는 우리 자신을 망각한 무의식들이, 우리가 공유한 존재의 근원을 갈기갈기 찢어 놓은 것 같다. 그 결과 서로 남이 아닌 우리가 제각각 남이 되어 마치 각자 개별적 존재인 것처럼 서로 상관없는 것처럼 잘못 알면서 살아가는 것 아닐까. 우리 모두는 하나의 같은 ‘발신지’에서 보내진 다양한 신호 같은 것이 아닐까.

 

대자연은 이미 드러나 있는 공공연한 암시라고 여겨진다. 대자연 앞에서 우리들 각자는 인격이 아니라 하나의 존재일 뿐이다. 그랜드캐니언 앞에서 피부색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언어가 서로 다른 것이 무슨 문제가 될까. 나이아가라폭포 앞에서 사장과 말단 사원이, 부자와 가난뱅이가 무슨 대수일까. 우리는 사회적 역할이기 이전에 개인적 환경이기 이전에 애당초 하나의 존재다. 지리산과 섬진강 앞에서 당신과 나는 그냥 하나의 존재다. 자연은 내가 하나의 근원적 존재임을 일깨운다. 책본문 -<존재> 중에서

 

은퇴가 나이 든 사람들에게 중요한 문제인 것은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길이가 갈수록 짧아져가는 인생길에서 오로지 자기 몸뚱이만을 챙기고 먹이고 입히는 문제가 그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면, 그것은 어딘가 단추가 잘못 채워져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당신과 나의 삶에서 정작 중요한 핵심은 사회적 은퇴가 아니라, 이 지구상에서 은퇴하는 일일 것이다. 나는 인간의 삶이란 것이, 우주의 그 무엇이 자리를 펼쳐준, ‘소풍’ 내지는 ‘놀이’라고 받아들이는 편에 서 있다.

 

나는 중년에 접어들면서, 나의 인생에 과연 경제적 대책이란 게 그렇게 중요하고 절실한 것일까 회의를 품기 시작했다. 내가 세상에 온 뭔가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닐까, 이런 자기 의문과 각성이 수없이 나를 자극했다. 그러는 나를 지리산의 숲과 시냇물과 바위와 바람과 하늘과 구름과 해와 달과 별이 그리고 새들과 풀벌레들이,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맑은 사람들이 도와주었다. 나는 그 덕분에 나의 몸뚱이가 아닌 나의 영혼을 거듭 씻을 수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책본문 <은퇴> 중에서

 

 

저자는 시곗바늘을 보면서 사람과 사람의 인연이 만나고 헤어지는 이치를 깨닫거나 매화 가지를 보면서 생명의 신비로움을 느끼고 살아 있음에 충만한 기쁨을 깨닫는다. 그가 지리산에서 지내며 만난 자연, 사물, 사람은 온통 그를 가르치는 ‘스승’이었다. 지리산이 그를 깨웠다. 그리고 이제 그 깨우침을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려고 한다. 세심하게 마음을 만지는 글들을 통해 바쁜 일상 속에서 깨지고 다친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 받기를 바란다.

 

구영회 동기는 MBC라디오 <뉴스의 광장>과 <2시의 취재현장> 앵커를 맡았을 당시, 독특하고 올곧은 촌철 멘트로 전국에 많은 청취 팬들이 있었다. 강석, 김혜영 씨가 진행하는 풍자 오락 프로그램에서 그의 앵커멘트 원고를 빌리러 온 적도 있었다.

 

이른바 잘 나가는 인생이었던 그에게 삶의 ‘내면’을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된 일은, 30대 후반부터 20년이 넘도록 끊임없이 ‘지리산’을 찾아다닌 행보였다. 그의 삶의 겉모양은 치열했지만, 그의 내면은 지리산을 통해 크게 해체되고 재구성되었다.

 

남한 땅 최대의 자연이자 상대적으로 가장 덜 오염된 지리산 구석구석을 오랜 시간 동안 수없이 돌아다니던 그에게, 언제부턴가 삶에 대한 ‘깨어남’의 선물이 주어졌다.

그는 MBC 은퇴 이후 지금까지 주로 지리산에 머물며 지내고 있다. 이 책은 그의 산중 일기이자 내면 고백이다.

 

 

 구영회 동기

 

                                                         -지리산근처 구례산장에서 뒷모습-

 -                                                         -MBC은퇴후 지리산에 칩거하며 책을 집필한 구례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