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환갑을 맞이하는 소회

金 素軒 2013. 1. 14. 21:59

세파(世波)에 찌들고 풍상(風霜)에 부대끼면서 흘러오다 보니 어느새 환갑의 나이에 들어선다.

세월은 유수와 같이 빨리 흘러가고, 60년동안 온갖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에 부딪히고 하면서 지내고 나니 서서히 인생 황혼의 초입이다.

영겁의 세월에 잠시 스쳐가는 인생이지만, 지나간 시절을 회상하면 만감이 교차한다.

 

역사의 변혁기에 학창시절을 보냈다.

동족상잔 비극의 6.25전쟁이 끝나고 정전협정이 체결되는 해 세상에 태어나서 초등학교 저학년시절 4.19 민주혁명과 5.16 군사 쿠테타가 일어났다.

한일회담 반대 데모의 거센 회오리도 보았고, 고교 1학년때 박정희 영구집권을 위한 3선개헌 반대 데모에 나서기도 했다.

72년 청운(靑雲)의 꿈을 안고 대학에 들어 갖지만, 청춘의 낭만과 사색 그리고 절차탁마의 4년이기 보다는 암울한 혼돈의 시기에서 10월 유신선포와 연이은 긴급조치로 캠퍼스는 최루탄과 페퍼포그가 난무한 질식할 듯 한 분위기에서 고뇌의 시간이었다.

휴강을 되풀이 하며 교정은 수경사 탱크가 차지하고, 닫힌 교문을 배회하며 울적한 심사(心思)를 막걸리 잔으로 비탄의 한(恨)을 삭이던 학창시절이었다.

유신정권의 공포분위기에서 통기타와 생맥주, 청바지로 상징되는 <청년문화>가 있었기에 시대의 절망감을 해소하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졸업 후 구타로 얼룩진 33개월의 의무 병역을 마치고, 종합상사에 입사하여 글로벌 무역전선에서 산업역군으로 젊음을 바치며 무역으로 부유한 나라 만들기에 앞장섰다.

세상의 거친 들판에서 생계와 가족을 위해 30여년을 봉사하고 나니 이순(耳順)의 나이다.

그동안 성공과 좌절, 희열과 아픔의 인생사 희로애락을 겪으면서 부침의 세월을 지내고 나니, 대부분 현역에서 은퇴하여 인생 이모작이 기다린다.

예전에는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70살까지 살기도 힘들었으나 요사이는 삶의 질 향상으로 인한 평균수명 연장으로 9988이라고 하니, 노후 생활이 걱정이다.

 

79년 독재자 박정희는 부하의 흉탄에 서거하고, 이어서 5.18 광주항쟁을 무력으로 진압한 전두환 군사정권이 들어선다.

용기 있는 젊은 학생들이 피흘림과 희생에 가슴 아파하며 , 87년 6.10 항쟁에 ‘넥타이 부대’로 참여하여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 내어 민주화에 동참하였다.

7-80년대 학번이 조국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자랑스러운 세대들이다.

 

권력과 부(富)가 유착되어 ‘빈익빈 부익부’의 모순된 사회구조에 민초들은 글로벌 투기자본에 놀아난 97년 IMF 사태이후 구조조정이라는 미명하에 사오정, 삼팔선 하면서 명퇴, 조퇴니 구조조정이니 하면서 길거리로 내몰린 인생들은 생존과 가족의 생계를 위해 몸부림친다.

지난 세월 돌아보니 아쉬움과 미련만 가득한 날들 뿐이지만 욕망과 해탈의 이중주 속에서 내가 살아 있고, 숨쉬고 있는 것에 감사한다.

인생의 여정(旅程)에는 비단길도 있고, 가시밭길, 진흙탕 길도 있다.

세상은 내 맘대로 내 뜻대로 되는 것이 별로 없고, 의지대로 대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순간적인 판단 착오로 깊은 수렁에 빠지기도 하고, 재기하기도 한다.

양극화 현상이란 사회의 희소 가치가 불균등하게 배분되고, 이것이 제도적으로 고착화 하는 것을 말한다.

세계화란 것도 전 지구적 전 분야에 대한 무차별적인 무한 생존경쟁을 야기한다.

글로벌 티지털 사회에서는 인간에게 편리함과 속도를 가져다 준 반면 이기심과 만족할 줄 모르는 탐욕도 주어서 우리를 숨참과 어지러움에 시달리게 한다.

 

고난이 우리를 변화시키고 세상을 새롭게 보게한다.

고통을 겪지 않고 얻는 즐거움은 순식간에 사라지는 수중기와 같다.

풍요속에 빈곤이 넘친다.

추운겨울이 지나면 따뜻한 봄이 온다.

기나긴 장마는 햇볕의 소중함을 기억하고, 가뭄의 목마름은 단비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다.

 

앞만 보고 달려 왔던 숨 가쁘던 발 검음도

무정한 세월따라 구름처럼 흘러가고,

청춘의 꽃은 자꾸 시들어져 가고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짧은

행로난(行路難)과 일장춘몽 인생사

한 조각 구름 같은 삶

바람 불면 부는 대로 물결치면 치는 대로

흐르는 세월 붙잡지 말고 여생(餘生)을

인연 닿는 대로 살다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