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스크랩] 안동 `지례예술촌`의 하룻밤 2005-11-17 - 박상기

金 素軒 2011. 5. 2. 12:32

170 안동 '지례예술촌'의 하룻밤 2005-11-17 오전 9:28:56
박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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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풍류가 있다
안동 양반체험장 '지례예술촌'



    뒷산에서 본 지례예술촌 전경. 앞의 댐이 임하호.
 
고대통일산악회의 10월 장거리산행은 경북 청송의 주왕산이었다. 주왕(周王)이 과연 누구인가. 중국 주나라 주왕인지, 우리 고대 역사속에 한 왕인지 불분명하여 설왕설래지만 여하튼 멋진 산임은 분명하다. 등산을 마친 후 안동으로 이동해 지례예술촌을 찾았다. 대형버스가 꼬불꼬불 산길을 줄타기하듯이 곡예운전을 한 끝에 전설의 고향에 나올 듯한 깊은 산골에 묻혀 있는 의성 김씨 종택을 찾았다. 최 학 교우님이 소개한 곳으로, 이곳에서 저녁과 뒷풀이, 그 다음 날 아침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음 날은 병산서원을 방문하고, 올라오는 길에 영주 부석사를 잠간 들르는 알뜰관광을 한 셈이다. 이번 산행에서 1박을 한 지례예술촌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한 일주일 정도 머물면서 쓸데없는 생각으로 가득 찬 머리를 텅 비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산행후기가 아니라 인터넷 매체에 올린 지례예술촌의 1박 체험을 옮겨본다. 큰 행사를 치르느라 애쓰신 산행대장님과 간사진, 선배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글쓴이 주]

번잡한 도시를 떠나 옛 선비의 고아한 풍취를 느끼며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가 있다. 인적이 드문 숲을 거닐고 맑은 호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라면 더욱 좋겠다. 서울에서는 좀 멀지만, 이런 경우에 딱 들어맞는 곳을 찾아가 우리 일행 20여명은 하룻밤을 묵었다. 

유교의 본향인 경북 안동군 임동면에 있는 ‘지례(知禮)예술촌’.
창문을 열면 바로 눈앞에 임하댐의 물이 내려다보인다. 10여동, 방18개, 125간의 400년 된 복합 고가이다. 조선 숙종조에 성균관 총장격인 대사성을 지낸 의성 김씨 지촌 김방걸(金邦杰. 1623~1695) 선생의 종택과 제청, 그리고 지산서당이 3천여 평의 담장 안에 모여 있다.

원래는 지금 위치보다 300m 아래의 강가에 60여호 되는 고즈넉한 마을이 있었다. 유교의 전통이 깊어 학자를 많이 배출했다. 이 마을이 임하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놓이자 1986년부터 89년까지 종택과 서당을 이곳으로 옮겨 놓은 것이다.


          방문을 열면 호수가 고즈넉하다. 두루마기 입은 분이 김원길 촌장님. (사진/윤석달 형)


사라질 뻔한 고택을 고스란히 살려 조선 사대부가의 생활을 체험을 할 수 있고 유가의 전통을 느낄 수 있는 학습장으로 만든 이는 지촌 선생의 13대 종손인 김원길(金源吉, 64세) 씨이다. 시인이자 안동대 교수였던 그는 교수직을 그만 두고, 의성 김씨 종택을 살려 예술촌을 만들고 스스로 그 예술촌의 촌장이 되었다.

촌민이라고는 그와 그의 부인 단 2명이니, 너무 단촐하다. 그러다보니, 촌장은 집안 살림 챙기랴, 손님 맞으랴, 고택문화보전회장 역할 할랴, 시를 쓰랴, 참 바쁘게 산다. 건강하지 않으면 못할 일이다. 또 그는 안동지방의 민담을 담은 단행본 <안동의 해학>(현암사 간)을 펴내기도 했다.


임하호 주위와 뒷산 산책도 명상 코스

지례예술촌은 본디 문화예술인들이 한 동안 묵으면서 편안하게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예술촌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도 문이 열려 있다. 안동의 전통가옥에서 양반문화를 체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뜻을 살려서 어느 때나 숙식을 허용하고 있다.

단, 지나친 음주나 패설로 예술촌의 정취를 깨는 것은 아무래도 곤란하다. 지금은 꽤 입소문이 나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려는 외국인들도 많이 방문하고 있다. 우리가 머문 며칠 전에는 미국 대학생들이 단체여행을 왔었다고 한다.

식단은 여러 가지 산채나물이 맛깔스럽고 안동의 명물인 간고등어가 나왔다. 따뜻한 온돌방에서 하룻밤을 자고 저녁과 아침밥을 먹는 데 3만원이라니, 비싸다고 할 수 없다.

밤에 작은 술자리라도 펼치고 전통문화에 해박하고 입담 좋은 촌장님의 고담준론을 듣다 보면, 마치 까마득한 옛날 시골양반가에서 하룻밤을 묵는 듯한 정취를 느낀다. 우리 일행은 종택 옆의 지산서당에서 밤 늦도록 촌장님과 함께 담소를 나눴다. 간간히 제육보쌈을 안주로 40도 짜리 안동소주를 주고 받으면서---.

또 한 가지, 아침 일찍 일어나 임하댐과 예술촌 뒷산의 산책로를 걷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천천히 30분쯤 걷는 동안에 머리속은  맑아지고, 산과 강의 깨끗한 기운이 살갗에 스며든다. 산책 중에 먼 능선 위로 아침 해가 붉게 솟아오르고, 임하호 수면에 짙게 깔린 물안개가 슬금슬금 걷히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하루를 머물고 나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의 때가 벗겨진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2차선 국도에서 고불고불 산길을 이십리쯤 들어가야 하는 깊은 산골이지만, 예술촌 마당까지 승용차로 가능하다.

[지례예술촌]
*주소: 경북 안동시 임동면 지례리 산769
*전화: 054-822-2590
        핸드폰 016-502-2590
*홈피: www.jirye.com
출처 : 고려대학교 통일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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