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수리산 산유기

金 素軒 2008. 12. 1.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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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

 

11월 29일 토요일 오전 10시 조금 지나 일행과 수리산역 2번 출구를 나서니 선후배 회원님들이 기다린다.

한 달만의 반가운 해후의 인사를 나누고 오늘 새내기로 참석한 4명의 간단한 소개를 하고 산행 길로 접어든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는 가랑비가 내렸으나 그치고 날씨는 쌀쌀하면서 쾌청하다.

역시 ‘통일산악회 산행에는 비도 그치며 하늘이 도와준다’고 웃으며 산행 길로 접어든다.

修理山은 경기도 안산시, 안양시와 경계를 이루며 군포시를 양분하고 있는 나지막한 산으로 남북으로 능선이 길게 뻗어 있으며 높이 475m 見佛山이라고도 한다.

낙엽이 쌓여진 능선길이 완만하고 산책길처럼 고즈넉하다.

능선 곳곳에는 암릉길이 많아 아기자기한 산행을 즐길 수 있지만 老선배께서 힘든 산행이라고 약간의 불평도 하시지만 노익장(老益壯)에 경의(敬意)를 드린다.

공군 군부대로 출입이 통제된 슬기봉 우회 길을 지나 태을봉 정상 조금 못 미쳐 안부(鞍部)에서 점심상을 차린다.

각자 가져온 점심을 차려놓고 반주를 나누며 담소를 나눈다.

원영애 회원이 맛있는 가래떡을 나누어 주고, 신입회원 송철수(독문 72)동기가 가져온 매취순을 한잔씩 돌린다.

바람이 차고 쌀쌀한 날씨라 서둘러 점심을 마치고 정상을 향한다.

풍수지리에서는 큰 독수리가 두 날개를 펼치고 날아 내리는 형상을 ‘太乙’이라 부르는 태을봉 정상에 오른다.

 

-태을봉 정상에서 기념사진-

 

정상에서 사위를 둘러보니 비가 갠 뒤 청명한 초겨울 하늘은 시계가 멀리보이고, 탁 튀여 진 조망이 장관이다.

가까이는 안산, 군포, 안양의 아파트 숲과 수리산을 관통하는 서울 외곽순환도로가 발아래 보이고 멀리는 인천송도와 대부도가 바라보이는 서해바다, 북한산 백운대와 도봉산, 관악산 청계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산 능선에 세찬 바람이 불어 닥치니 마치 시베리아 차가운 기운을 체감하는 것 같다.

바위로 이루어진 정상의 형태가 모자를 쓴 것 같은 관모봉을 지나 하산 길에 접어드니 수북이 쌓여진 낙엽 밟는 소리가 초겨울의 스산한 산행 길에 정겨움을 주고, 숲속 쉼터에는 곳곳에 시비를 세워 놓아 운치를 더한다.

명학역 입구 골목 2층 ‘볼떼기’ 식당에서 오늘의 산행을 마감하는 뒤풀이를 가진다.

아구찜과 손두부로 차려진 안주로 막걸리를 일 순배 돌리며 회장님 인사말과 고,고,고가 이어진다.

이강식 선배님의 사회로 오늘 처음 나온 새내기 회원을 위한 전통 사발식이 이어지고, 서로가 잔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한 웃음에 노래가 더해진다.

여흥의 시간을 마감하고 어둑해진 길을 나서며 일부는 내일의 다른 일정 때문에 전철로 향하고, 남은 일행은 2차로 발걸음을 돌리며 오늘의 초겨울 산행을 마무리한다.

오늘 처음 나온 배승렬(무역 83)후배가 겨울용 등산 모자를 증정하고, 고대통일산악회 글자는 이종기 회원이 새겨서 나누어 주고 뒤풀이는 산행에 처음 참가한 조경래(농경제 72)동기가 부담하니 선후배간의 따뜻하고 푸근한 마음 씀씀이에 고마움을 느낀다.

悠然見南山 문득 남쪽산 바라보니

山氣日夕佳 해질녘 산노을 아름답고

飛鳥相與還 새들은 떼를 지어 돌아가니

此中有眞意 여기에 (자연의)참다운 의미가 있다.

-술과 자연을 사랑한 전원시인 陶淵明-